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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8년이나' FA+해외진출까지 류현진과 함께, '괴물신인' 동주·서현·준서는 좋겠네

류현진이 12년 만에 한화 이글스로 돌아왔다. 한화 이글스는 22일 "류현진과 8년 총액 170억원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한화는 이번 계약에 옵트아웃 조항을 포함했고, 세부 내용은 양측의 합의에 따라 비공개한다고 전했다.계약 기간이 무려 8년이다. 계약에 따라 류현진은 만 37세로 올 시즌을 시작해 만 44세(2031년)까지 한화 선수로 출전하게 된다. 만약 류현진이 계약기간을 모두 채우게 되면 한화 송진우가 기록한 최고령 경기 출장 기록인 43세 7개월 7일을 넘어 한국 프로야구의 새로운 기록을 갖게 된다. 8년 후면 현재 한화에서 활동하는 '괴물신인'들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거나 해외 진출이 가능해진다. 문동주와 김서현, 황준서 등 '제2의 류현진'으로 평가 받는 한화의 어린 선수들은 그때까지 류현진과 함께 한다. KBO리그 98승을 비롯해 미국 메이저리그(MLB) 78승·평균자책점 1위(2019년)·사이영상 2위 2회 등 굵직한 커리어를 쌓은 류현진의 조언과 노하우를 바로 옆에서, 일대일로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문동주는 프로 2년차였던 지난해 역대 한국 투수로는 처음으로 시속 160㎞를 넘는 강속구를 던지며 8승(8패) 평균자책점 3.72로 호투했다. 그는 2006년 류현진에 이어 한화 소속으로는 17년 만에 신인왕에 등극하며 한화의 미래로 자리 잡았다. 2023시즌 전체 1순위 김서현 역시 시속 160㎞의 강속구를 앞세워 불펜에서 대기 중이고, 새 시즌 전체 1순위 황준서도 강력한 구위와 뛰어난 제구로 좋은 평가를 받으며 데뷔를 눈앞에 두고 있다. 류현진은 신인 시절 송진우, 정민철, 구대성 등 대선배들의 조언을 받으며 크게 성장했다. 이젠 문동주, 황준서 차례다. 류현진의 곁에서 경험과 노하우를 습득한다면 그들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지난해 160㎞의 강속구와 함께 데뷔한 김서현과 한승주, 남지민 등 한화의 젊은 투수들에게도 큰 힘이 될 전망이다. 윤승재 기자 2024.02.22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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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우·정민철→류현진→문동주·황준서, 한화 마운드가 더 무서워진다

2024시즌 최하위권 전력으로 평가 받던 한화 이글스가 ‘괴물’의 합류로 단숨에 5강 후보로 떠올랐다. 미국 메이저리거 류현진과 신인왕 문동주, 특급 신인 황준서까지 선발진의 무게감이 확 달라졌다. 류현진은 한화와 4년 총액 170억원 규모의 계약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포스팅시스템으로 미국 메이저리그(MLB)로 떠난 지 12년 만의 국내 복귀다. 2006년 한화에서 데뷔한 류현진은 데뷔 첫해 다승(14승)과 평균자책점(2.23), 탈삼진(204개) 부문 1위에 오르며 ‘트리플크라운’과 ‘신인상’을 모두 거머쥐며 화려하게 등장, 7시즌 동안 190경기에서 98승 52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2.80을 기록하며 한화와 한국 야구의 에이스로 자리 잡았다. 이후 12년이나 지났지만 류현진의 실력은 여전하다. MLB 11시즌 동안 186경기 78승 48패 평균자책점 3.28의 굵직한 성적을 거둔 류현진은 지난해 팔꿈치 수술 여파와 적지 않은 나이에도 11경기 3승 3패 평균자책점 3.46을 기록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한국에서는 더 나은 성적을 거둘 거라는 기대가 크다. 류현진은 새 시즌 한화의 1선발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검증된 외국인 원투펀치 펠릭스 페냐와 리카르도 산체스가 그 뒤를 받친다. 페냐는 지난해 11승(11패)을 거둔 외국인 에이스다. 좌완 투수 산체스도 2023년 7승 8패 평균자책점 3.79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 4선발은 지난해 선발 가능성을 보인 ‘제2의 류현진’ 문동주가 맡을 것으로 보인다. 문동주는 프로 2년차였던 지난해 역대 한국 투수로는 처음으로 시속 160㎞를 넘는 강속구를 던지며 8승(8패) 평균자책점 3.72로 호투했다. 그는 2006년 류현진에 이어 한화 소속으로는 17년 만에 신인왕에 등극했다. 5선발은 아직 주인이 정해지지 않았다. ‘특급 신인’ 황준서가 그 후보 중 하나다. 올 시즌 1라운드 전체 1순위 신인인 황준서는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강력한 구위와 뛰어난 제구로 좋은 평가를 받으며 데뷔 시즌 5선발 투입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류현진은 신인 시절 송진우, 정민철, 구대성 등 대선배들의 조언을 받으며 크게 성장했다. 이젠 문동주, 황준서 차례다. 류현진의 곁에서 경험과 노하우를 습득한다면 그들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지난해 160㎞의 강속구와 함께 데뷔한 김서현과 한승주, 남지민 등 한화의 젊은 투수들에게도 큰 힘이 될 전망이다. 류현진의 합류로 막강한 선발진을 구축한 한화는 단숨에 올 시즌 5강 후보로 떠올랐다. 탄탄한 선발진뿐 아니라 타선의 무게감도 남다르다. 지난해 홈런·타점왕인 노시환과 함께 지난해와 올해 FA로 영입한 채은성과 안치홍이 구성하는 중심타선의 기대가 크다. 투·타에서 확실하게 보강하며 5강 전력을 구축했다. 류현진 날개를 단 독수리가 새 시즌 어디까지 날아오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윤승재 기자 2024.02.22 07:34
프로야구

[연수 떠나는 선수들 ①] 그라운드 아닌 연구소에서 '스피드업'

KIA 타이거즈는 지난달 이의리 등 젊은 주축 투수 5명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소재 드라이브라인 베이스볼 센터에 파견했다. KIA는 "맞춤형 트레이닝을 통해 구속 증가와 구위 향상을 기대한다"고 했다. 롯데 자이언츠도 2020년 이곳에 투수와 코치를 파견한 바 있다. 한화 이글스도 지난해 2월 미국 스프링캠프에서 선수단과 시설 견학에 나섰다. KT 위즈 에이스 고영표는 소셜미디어(SNS) 영상을 통해 간접적으로 훈련법을 익히기도 했다. 겨울에 그라운드나 실내 훈련장에서 땀 흘리는 게 아니라 미국에 있는 '연구소'로 단기 유학을 떠나는 게 트렌드가 된 것이다. '바이오메카닉 피칭 프로그램' 대유행 드라이브라인은 데이터 전문가였던 카일 바디가 2012년 설립한 야구 선수 육성 아카데미다. 바디는 1974년 메이저리그(MLB) 내셔널리그(NL) 사이영상 수상자이자 운동생리학 박사 마이크 마셜이 주장한 바이오메카닉(생체역학) 피칭 이론에 심취했고, 작은 힘으로 효율적인 피칭을 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연구소까지 설립했다.바디는 전문가 그룹을 구성했다. 자신이 영향을 받았던 마샬, 배리 지토 등 수많은 빅리거 투수들의 트레이너였던 현 '예거 스포츠(팔 컨디셔닝·멘털 트레이닝 전문 센터)' 대표 앨런 예거, 그리고 전직 야구 선수이자 신체 운동학(kinesiology) 박사, 야구 이론서 타격에 관한 과학적 접근(The Scientific Approach to Hitting) 저자인 쿱 디렌 하와이 대학교 교수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연구한 것이다.이들은 145~150g인 야구공보다 더 무겁거나 가벼운 공을 던지며 신체 가동성을 확장하면, 구속 향상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더불어 적절한 투구 메커니즘과 충분한 회복이 이뤄진다면, 공을 더 많이 던질수록 팔이 강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드라이브라인은 '구속은 타고 나야 한다'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던 상황에서 더 빠른 공을 원하는 이들에게 희망을 줬다. 또한 생체역학 데이터를 투구에 접목하는 투구 개발 프로그램의 대명사가 됐다. 클레이튼 커쇼·켄리 젠슨 등 성적이나 기량이 떨어진 MLB 정상급 투수들이 이 아카데미에서 재기 발판을 만들었다. 드라이브라인은 구속 증가에 집중했던 초기와 달리 첨단 장비와 전문가를 동원해 선수의 신체 특성과 근육 활용을 분석하며 최상의 몸 상태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타자 고객도 많아졌다. 현재 MLB 최고의 선수인 오타니 쇼헤이도 피로도를 측정하는 데이터를 제공받았다.특히 이 시설이 독자 개발한 프로그램 '플라이오 케어 볼(plyo care ball)'은 선수·지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이는 무게가 다른 공(Weighted Ball, 100~1500g)을 활용해 투구 메커니즘 개선과 근력 관리, 신체 혈류 공급까지 활성화하는 프로그램이다.선수들과 함께 드라이브라인에서 연수를 받은 이동걸 KIA 코치는 "무작정 던지는 게 아니라, 반드시 실행해야 하는 자세가 있다. 그 과정에서 불필요한 동작을 최소화하는 습관이 생긴다"라고 했다. 만점자 수강생 배출한 '야구 학원' 양상문 전 롯데 감독은 "태평양 돌핀스 선수 시절이었던 1992년, 전지훈련지였던 브래든턴(미국 플로리다주) 소재 한 연구소에서 바이오메카닉 데이터를 측정해 효과적으로 근육을 쓰는 법을 측정한 경험이 있다"라고 했다. 무려 32년 전이다. 생체역학 데이터를 운동에 접목하는 시도와 이를 전문으로 하는 시설은 이전부터 있었다. 드라이브라인도 설립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몇 년 전까지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 시설이 국내 야구단과 선수들이 시선을 바다 건너에 있는 아카데미에 두는 이유는 무엇일까.한화 단장을 역임한 정민철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최신 트렌드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도태될 수 있다는 공감대가 선수와 프런트 모두에게 생긴 것이다. 뒤처지지 않으려는 위기감으로 인해 야구에 대한 몰입도가 높아지면서 주변을 면밀히 보게 되고, 호기심이 생기거나 이득을 경험할 수 있는 지점이 있으면 (직접) 확인하려는 게 당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이동현 전 SBS스포츠 해설위원도 "결국 투수들이 원하고, 코칭스태프가 눈여겨보는 건 빠른 구속이다. 예전에 드라이브라인 프로그램을 배워와서 구속이 7㎞/h 정도 오른 동료가 있었다. 효과를 옆에서 확인한 다른 선수들도 관심을 갖게 됐다"라고 돌아봤다. 최근 몇몇 MLB 구단은 소속 선수의 드라이브라인행을 권고하지 않고 있다. 플라이오 케어 볼 훈련법이 구속 상승에 포커스를 맞춘 뒤 부상을 당하는 선수가 늘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런데도 이 아카데미를 찾는 선수들이 많아진 건 성공 사례가 더 많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A구단 1군 투수코치는 2020년 NL 사이영상 수상 투수 트레버 바우어가 드라이브라인 모션 분석을 통해 최적의 팔 각도를 찾아 스위퍼를 장착한 사례를 언급하며 "결국 드라이브라인도 수많은 학원 중 하나다. 수강생 중 만점자가 나와서 소문이 나고, 그 효과가 더 부각된 케이스 같다. 이전에 비해 세부적인 매뉴얼을 갖춘 것 같지만, 큰 틀에선 새로운 게 없다"라고 했다.지난해 MLB와 KBO리그 모두 스위퍼가 위력을 발휘하자 꺾이는 각이 더 큰 변화구를 구사하려는 투수들이 많아졌다. 드라이브라인은 구속 향상뿐 아니라 더 큰 무브먼트를 위한 솔루션도 제공한다. 더 나은 공을 던지려는 선수들의 욕구가 그라운드를 뛰어넘어 연구소로 향하고 있다.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4.01.26 11:40
메이저리그

[IS 포커스] “힘 떨어지기 전에 돌아온다”는 류현진, 한화 복귀 가능성은

2024시즌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36)을 볼 수 있을까. 자신이 정한 ‘복귀 조건’을 고려하면 딱 알맞은 시점이다. 메이저리그(MLB) 일정을 마친 류현진은 지난 18일 인천 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지난해 6월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고 1년 넘게 재활 치료에 전념했던 류현진은 지난 8월 복귀, 2023시즌 등판한 11경기에서 3승 3패·평균자책점 3.46을 기록하며 건재한 기량을 증명했다. 류현진은 2019년 12월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했던 4년 계약(8000만 달러)이 끝나며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다. 올겨울 그의 거취는 초미의 관심사다. 지난달 30일(한국시간) 미국 유력 매체 ‘뉴욕포스트’는 “뉴욕 양키스는 거액을 쓰지 않고, 유망주를 지키면서 포스트시즌에 진출해야 한다. 2024시즌에도 잘 던질 수 있는 류현진 영입을 고려할 만하다”라고 했다. 다수 미국 매체가 류현진에 대해 1~2년 단기 계약 대상자로 매력적인 선수라고 평가한다. 류현진도 빅리그 잔류를 우선 순위로 두는 것 같다. 토론토 전담 매체 ‘스포츠넷’ 벤 니콜슨-스미스 기자는 지난 5일 개인 소셜미디어(SNS)에 ‘류현진이 MLB 팀과 계약하고 싶어 한다’라는 글을 게재한 바 있다. 류현진 18일 귀국 인터뷰에서 거취를 묻는 말에 “아직 잘 모르겠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야 할 것 같다”라고 했다. 이미 빅리그 잔류 의지를 내비친 점을 묻자 “(MLB 팀들과) 충분한 얘기가 있다면 그건 당연하다”라고 했다. 시간이 더 필요하다라는 류현진의 말은 한화 복귀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류현진에게 ‘선수 생활 마지막은 한화에서 뛰겠다는 약속은 변하지 않았나’라는 질문을 하자 그는 “그 마음은 변함없다. 당연히 그렇게 할 것”이라고 했다. 류현진은 2012년 말 한화 승인을 받고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LA 다저스에 입단했다. 그의 보류권은 한화에 있다. 류현진은 2013년 빅리그 진출 뒤 “한화로 꼭 돌아오겠다”라는 말을 수차례 했다. 이미 한화를 야구인생의 종착지로 못 박은 류현진은 일단 MLB 팀들의 계약 조건을 우선 확인한 뒤 ‘MLB 잔류’와 ‘한화 복귀’를 두고 고민할 것이다. 류현진은 “힘이 떨어지기 전에 한화로 돌아오고 싶다”라고 했다. 그저 팬 서비스 차원의 복귀가 아닌, 선발진 핵심 전력으로서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기량을 유지하고 있을 때 KBO리그행을 선택하겠다는 의지였다. 류현진은 여전히 빅리그 정상급 기량을 갖춘 투수다. 2023시즌 ‘컨트롤 아티스트’다운 투구를 보여줬고, 새 무기 ‘슬로 커브’를 활용해 승부 레퍼토리를 늘렸다. 빠른 공 구속도 향상될 수 있다. 올 시즌 류현진의 포심 패스트볼(직구) 평균 구속은 88.6마일(142.6㎞/h)이었다. 부상 전 풀타임으로 뛴 2021시에는은 89.9마일(144.7㎞/h)이었다. 재활 치료에 매진했던 지난겨울과 달리 올겨울은 정상적인 몸 상태로 준비할 수 있다. 류현진도 18일 귀국 인터뷰에서 “내년에는 구속을 더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긍정했다. 류현진이 복귀를 선택하면 5시즌(2019~2023) 동안 하위권에 머문 한화도 재건 기틀을 만들 수 있을 전망이다. 문동주·김서현·황준서 등 영건들에게도 멘토가 생긴다. KBO리그 흥행도 기대할 수 있다. 한화는 정민철·김태균처럼 해외 무대에서 복귀하는 팀 프랜차이즈 스타들을 이름값에 걸맞은 대우로 맞이한 전력이 있다. 선수와 팀 사이 의리가 끈끈한 팀이다. 손혁 한화 단장도 지난 8월 미국에 방문해 류현진의 복귀전을 지켜봤다.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류현진의 말에 한화팬이 설렘이 커지고 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3.10.20 06:30
프로야구

[김종문의 진심 합심] 트레이드의 심리학2

2020년 8월5일 대전구장, 점심 때가 막 지날 무렵입니다. 평소보다 서너 시간 일찍 도착했습니다. 출입문에서 11시 방향으로 중앙 계단이 있고 그 아래 작은 방이 있습니다. 저는 곧장 그리로 갔습니다. 과거 내빈실로 쓰던 곳으로, 포수 후면석 설치 이후 밀실이 된 공간입니다. 미디어 동선과 분리돼 있습니다. 창문 하나 없는 그 곳이 마치 워룸 (war room)처럼 느껴졌습니다. 2개월간 끈 한화와의 트레이드 협상 마지막 날의 기억입니다.정민철 한화 단장이 이내 들어옵니다. 둘 뿐입니다. 평소 차분하고 논리적인 상대는 "여론으로 급해졌다"는 말을 꺼냅니다. 불펜 투수가 급한 저였지만 상대도 시즌 최다패 불명예를 걱정합니다. 그만큼 서로 솔직해 졌고, 공감의 쓴웃음을 주고받은 것이 기억납니다. 한화는 우리 팀 1라운더 두 명을 협상의 전제로, 내-외야수도 끼우길 계속 원합니다. 그러나 둘 중 한 명은 당시 우리 팀 핵심이었습니다. 그 순간 '아랫 돌 빼서 윗돌 고인다'는 속담이 떠올랐습니다. 원하는 선수 얻겠다고 1위팀 스쿼드를 흔들 순 없습니다. 아주 짧은 순간 제 내면에선 다른 목소리도 들렸습니다. '뭣이 중한데'라고 속삭입니다.'‘지금 불펜 구멍은 내부 자원으론 못 막는데 어쩌려고'라는 걱정과 '오늘 여기서 매듭짓고 싶다'는 유혹이 고개를 듭니다.이럴 때를 위해 준비한 자료를 꺼냅니다. 그간 협상에서 보인 상대의 의중을 고려하고 우리 팀 내부 의견을 정리한 최종안입니다. 누군가 협상의 전권을 가졌어도 마지막 순간 자의적 판단을 줄이려는 장치였습니다. 마지막 카드는 우리의 또 다른 1라운더 출신 투수와 포수를 묶은 안이었습니다. 여기에 키스톤 백업 내야수를 추가 카드로 쥐고 있었습니다. "6월 협상 때 (한화가) 원하던 1라운더는 이제 팀 핵심입니다. 그땐 우리도 망설였지만 지금은 불가능합니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오히려 상대의 트레이드 의지를 물었습니다. "무엇을 얻고 싶으세요? 즉시 전력 선수입니까, 미래 자원입니까, 1라운더입니까." 시즌 마치면 떠날 대표의 입장 대신 팀 레전드 출신인 단장의 안목을 지지합니다. 핵심 마무리 투수를 내준다는 상대팀 명분을 고려, 우리의 백업 투·타 자원을 활용해 1대4규모까지도 맞춰 주겠다고 했습니다. 대신 '더이상 기다릴 수 없다. 내일 점심 전까지 답이 없으면 판을 접겠다'고 말했습니다. 한화와 협상은 그렇게 끝납니다. 다음날 난처해 하는 협상 파트너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협상은 낭떠러지에 놓인 외나무다리를 건너듯 위태롭습니다. 다른 채널을 준비하지 않으면 급할 수록 지는 싸움입니다. 손해 볼까 두렵고, 문이 닫힐까 조바심 납니다. 그래도 병렬 진행한 나머지 3개 팀 (KIA, SK, 삼성)과의 다른 길이 있었기에 선을 넘지 않았습니다. 트레이드 마감 (그해는 코로나로 개막이 미뤄져 트레이드 시한도 8월15일로 변경)까지 꼭 열흘 남았습니다. 다음 원정 경기가 열린 광주로 건너가 협상을 마무리합니다. 데드라인 사흘 앞둔 8월 12일, 밤 9시를 넘겨 KIA와 2대2 트레이드를 발표합니다. 여기도 우여곡절이 많습니다만…모든 걸 다 가질 순 없습니다. 큰 잠재력을 알지만 당장 우리가 못쓰는 자원이기에 희생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현재와 미래는 그래서 트레이드 오프 (trade off) 관계입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저명한 마이클 포터 교수도 트레이드 오프를 전략의 핵심이라고 말합니다. 유망주를 끝까지 데려 간다고 모두 숙성된 와인이 되지 않습니다. 매몰비용 (투자한 계약금과 공들인 시간 등)이 아깝지만 이미 지난 일이고, 남은 건 감정입니다. 행동 경제학에선 의사결정 시 매몰비용을 제거하고 어떤 확률이 클지 살펴 보라고 제안합니다.불같이 타오르는 선수(hot hand)도 조심해야 합니다. 갑자기 좋은 성적이 지속될 거라는 믿음은 표본을 생각하지 않은 근시안입니다. 좋은 의사결정은 감정이나 선동을 배제하고 현 상태에 제대로 점수를 매기고,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여럿의 생각과 의견이 수평적으로 나눠져야 합니다. 저의 급한 성격을 눌러준 동료 선후배가 지금도 고맙습니다.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 김종문김종문은 중앙일보 기자 출신으로, 2011~2021년 NC 다이노스 야구단 프런트로 활동했다. 2018년 말 '꼴찌'팀 단장을 맡아 2년 뒤 창단 첫 우승팀으로 이끌었다. 현재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KPC)다. 2023.07.24 07:30
프로야구

[IS 포커스] 악재 쏟아진 KIA, 버팀목은 투·타 맏형 최형우-양현종

개막 전부터 악재가 쏟아진 KIA 타이거즈는 6위(36승 1무 39패)로 전반기를 마치며 상위권 진입 발판을 만들었다. 투·타 대들보 양현종(35)과 최형우(39)가 중심을 잡아줬다. 정규시즌 개막을 사흘 앞둔 3월 29일, KIA는 구단 사령탑이 팀을 떠났다. 장정석 전 단장이 소속 선수였던 박동원(LG 트윈스)과 장기 계약 협상을 하면서, 뒷돈을 요구한 혐의가 드러났다. 결국 구단은 장 전 단장을 해임했다. 선수단도 어수선했다. 간판타자 나성범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팀 일정을 소화하다가 왼쪽 종아리 근막 손상 부상을 당하며 개막 엔트리에서 빠졌다. 개막 뒤엔 셋업맨 장현식과 마무리 투수 정해영이 부진하며 불펜진이 흔들렸다. 시즌 초반 위기에서 팀을 이끈 선수는 ‘맏형’ 최형우였다. 그는 4월 21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경기에서 2-4로 지고 있던 9회 말, 끝내기 스리런홈런을 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이전 14경기에서 10패(4승)를 당하며 최하위까지 떨어졌던 KIA는 삼성전을 기점으로 분위기를 바꿨고, 이후 10경기에서 8승(2패)을 거두며 반등했다. 이전 2시즌(2021~2022) 동안 이름값을 하지 못했던 최형우는 5월까지 타율 0.320(리그 6위)을 기록하며 녹슬지 않은 기량을 보여줬다. 6월 중순부터 짧은 슬럼프를 겪었지만, 지난 6일 SSG전에서 상대 에이스 김광현을 상대로 홈런 2개를 치는 등 다시 타격감을 회복하며 KIA의 전반기 막판 6연승을 이끌었다. 김종국 KIA 감독도 최형우를 전반기 팀 최고 수훈 타자로 꼽았다. 마운드에선 에이스 양현종이 흔들리던 선발진에 버팀목이 됐다. KIA는 외국인 투수 아도니스 메디나와 숀 앤더슨이 각각 4월과 5월 차례로 부진했고, 2021년 신인왕 국내 투수 이의리는 볼넷을 남발하는 제구 난조로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못하며 '선발 야구'를 하지 못했다. WBC에서 1경기밖에 나서지 않았던 양현종은 개막 8경기 연속 5이닝 이상·3자책점 이하 투구를 해내며, 실전 감각이 떨어졌을 것이라는 우려를 지웠다. 5월 27일 LG전에서는 6과 3분의 2이닝 3실점 호투로 KIA의 6-3 승리를 이끌고 승수를 추가, KBO리그 개인 통산 162승째를 거두며 정민철(현 MBC 스포츠 플러스 해설위원)을 제치고 이 부문 단독 2위에 올랐다. 양현종도 6월 2일 롯데전에서 9실점, 다음 등판이었던 7일 광주 SSG전에서 11피안타를 맞는 등 잠시 슬럼프에 빠졌지만, 이후 5경기에서는 모두 5이닝 이상 소화하며 다시 페이스를 끌어올렸다. 양현종과 최형우의 진가는 그라운드 밖에서 더 빛났다. 양현종은 경기력 기복이 있던 젊은 투수 이의리와 윤영철과 자주 대화를 나누며 멘털 관리에 도움을 줬다. 이의리는 “항상 꾸준한 양현종 선배님의 투구와 조언에 많은 것을 배운다”라고 했다. 최형우도 자신이 맹활약한 경기에서도 이우성·고종욱 등 후배 야수들의 공을 치켜세운다. 심판 판정 등 논란이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자신의 소신을 주저 없이 드러내며 팀 사기를 북돋우기 위해 노력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3.07.17 05:44
프로야구

"밥 사주고 싶다" 페디, 2007년 리오스·2016년 니퍼트 넘본다

구위가 막강한데 득점 지원까지 넉넉하다. 에릭 페디(30·NC 다이노스)가 프로야구 외국인 투수 시즌 최다승 기록에 도전장을 내밀었다.페디는 지난 9일 SSG 랜더스전에서 시즌 10승(1패)째를 따냈다. 12경기 만에 두 자릿수 승리를 달성, 1985년 김일융(당시 삼성 라이온즈) 1993년 정민철(당시 빙그레 이글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역대 최소 경기 10승 타이기록을 세웠다. 임선남 NC 단장은 "(영입 당시) 잘할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기록까지 세울지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놀라워했다.시즌 20승도 가능한 페이스다. 프로야구에서 시즌 20승을 기록한 건 2020년 라울 알칸타라(두산 베어스)가 마지막이다. 알칸타라가 역대 21번째 대기록을 수립한 뒤 명맥이 끊겼는데 페디는 더 나아가 2007년 다니엘 리오스·2016년 더스틴 니퍼트(이상 두산)가 세운 외국인 투수 시즌 최다승 기록(22승) 경신까지 노려볼 만하다. 그만큼 빠르게 승수를 쌓고 있다.승리를 위한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한다. 일단 잘 던진다. 페디의 투심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50㎞/h를 가뿐하게 넘는다. 컷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의 완성도도 높다. 여기에 변형 슬라이더 일종인 스위퍼(Sweeper)까지 자유자재로 던지니 타자들이 공략에 애를 먹는다. 제구가 흔들리는 것도 아니다. 9이닝당 볼넷이 2.24개로 적다. 강력한 구위에 완급조절 능력까지 빼어나다. 잘 던져도 득점 지원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그런데 페디는 팀 타선과 궁합이 일품이다. NC 타자들은 페디가 마운드에 있을 때 평균 6.25점을 뽑았다. 규정이닝을 채운 24명의 투수 중 1위. 이 부문 최하위 아리엘 후라도(키움 히어로즈·2.08점)와 비교하면 3배 이상이다. 임선남 단장도 "신기하다"고 말할 정도로 페디가 등판하는 날마다 타선이 폭발한다.시즌 팀 최다 득점 경기(5월 29일 KT 위즈전, 16득점)와 두 번째로 득점이 많았던 경기(5월 20일 삼성 라이온즈전, 14득점) 모두 선발 투수가 페디였다. 지난달 26일 창원 한화 이글스전에선 4회까지 팀 타선이 무려 10점을 지원했다. 그의 평균자책점이 1.74라는 걸 고려하면 90%가 넘는 승률(0.909)이 괜히 만들어진 게 아니다. 페디는 "선발 등판할 때마다 타선에서 많은 점수를 내줘서 정말 고맙다. 타선이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맛있는 밥을 사주고 싶다"며 웃었다.NC 코칭스태프는 페디의 투구 수를 세심하게 관리한다. 4월 월간 평균 103.5개였던 경기당 투구 수가 5월 97.8개로 줄었다. 6월 다시 투구 수를 늘리고 있다. 그는 "시즌을 치르면서 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등 개인 기록에 욕심이 생기지만 한 경기씩 집중하면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생각한다"며 "개인 기록도 중요하지만, 항상 팀의 일원으로서 플레이오프 진출하는 것이 큰 목표"라고 강조했다.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3.06.14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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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포커스] 리빌딩 3년 차 한화, '이기는 야구' 꺼내긴 이르다

'최하위 단골' 한화 이글스가 '이기는 야구'를 화두에 올렸다.한화는 지난 11일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손혁 한화 단장은 수베로 감독의 실험적인 기용을 문제 삼으며 승부를 볼 내년 시즌을 위해 선수 보직을 뚜렷하게 하겠다고 했다. 2024년부터 이기는 야구를 하겠다는 말도 나왔다.수베로 감독 경질 시점에서 한화는 9위였다. 감독 교체의 핵심 명분을 설명하면서 한화는 '이기는 야구'와 '승부'를 키워드로 꺼냈다. 사실 경질된 수베로 감독도 지난 2월 스프링캠프 때 "올해는 리빌딩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정말 한화의 리빌딩이 끝난 걸까. 리빌딩은 새롭게 팀의 중심이 되는 선수들을 찾아 선수단을 구성하는 세대교체 작업이다. 팀의 주축이 되는 유망주, 즉 잠재력의 천장(실링)이 높은 코어 플레이어(Core player)를 확보하고, 안정적인 기량의 하한선(플로어)이 보증된 선수도 많아야 한다.그런데 KBO리그에서 '진짜' 리빌딩은 찾아보기 어렵다. 일단 메이저리그(MLB)와 달리 코어 플레이어 수급이 어렵다. 드래프트에서 이런 선수는 한 해에 1명을 얻기도 어렵다. MLB와 달리 국제 유망주 계약도 불가능하다. 기존 1군 주전 선수를 팔아 수급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 KBO리그에서 코어가 될 국내 선수를 수급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FA(자유계약선수) 영입뿐이다.외국인 선수의 존재 역시 구단이 굳이 리빌딩하지 않는 이유가 된다. 외국인 투수 2명과 외국인 타자 1명만 성공해도 팀은 코어 플레이어 셋을 얻을 수 있다. 이 경우 국내 선수들이 중위권만 돼도 우승에 도전할 수 있다.그래서 대부분의 구단은 리빌딩을 내걸고 리툴링(retooling, 부분 재건) 작업을 진행했다. 기준 1군 주축 선수들은 남겨놓고 일부 약한 고리를 보강하는 것이다. 이 경우 코어 플레이어가 남아 있고 공백이 적다. 외국인 선수, FA 영입에 성공하거나 1군 뎁스(선수층)를 보강해 줄 선수를 늘리면 리툴링은 완성된다.한화는 다르다. 한화는 지난 15년 동안 포스트시즌(PS) 진출에 단 한 차례만 성공했다. 2018년 마지막 PS 이후 9위와 10위에 빠졌다. 살려낼 재료 자체가 아예 없었다. 그래서 주전이던 베테랑 선수들을 대거 정리한 후 수베로 감독을 영입해 2021년을 맞이했다. 정민철 당시 단장은 '긴 호흡'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긴 호흡이 겨우 2년이었던 걸까. 올 시즌 한화는 FA(자유계약선수) 채은성을 영입했다. 노시환, 문동주와 김서현 등은 코어 플레이어라 할만하다. 그러나 리빌딩을 끝마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문동주는 풀타임 선발이 처음이고, 김서현은 올 시즌 신인이다. 채은성과 노시환을 제외한 다른 포지션에서는 리그 평균 이상이라 할 곳을 찾기 어렵다.리빌딩은 참을성의 싸움이다. MLB 볼티모어 오리올스는 지난 2018년 기존 주축 매니 마차도를 트레이드로 넘기고 리빌딩에 들어갔다. 1군 승률을 아예 포기했고 대신 유망주 스카우트에 전력을 다했다. 그 결과 2021년 여름 유망주 팀 랭킹 1위에 올랐고, 올 시즌까지도 1위를 유지 중이다. 그리고 그 전력을 바탕으로 1군도 15일 기준 승률 0.650으로 MLB 전체 2위를 달리고 있다. 4년 동안 승리 대신 스카우트와 육성에 집중한 결과다. 볼티모어는 지난해(승률 0.512)에도 가을야구에 도전할 수 있었다. 유망주를 팔아 즉시 전력감을 영입했다면 와일드카드가 그리 멀지 않았다. 그러나 마크 엘리아스 볼티모어 단장은 오히려 팀 주축 타자 트레이 맨시니와 마무리 호르헤 로페스를 팔아 유망주 수급을 선택했다. 확실하지 않은 가을 야구 대신 더 높은 미래를 위해서다. 엘리아스 단장은 그 후 직접 선수단을 방문해 이유를 설명하고 구단의 비전도 공유했다. 그 결과를 올해 맛보고 있다.볼티모어가 그랬듯 리빌딩은 2~3년 만에 끝날 수 있는 작업이 아니다. 당장의 1승보다 선수들의 기량을 온전히 끌어올리는 게 진짜 목표다. 섣불리 승부수를 던지면 위험 부담이 크다. 더군다나 한화는 마차도 트레이드처럼 기존 주전 선수를 파는 방식도 취하지 않았다. 외국인 선수 스카우트도 매년 실패했다. 엘리아스 단장과 달리 수베로 감독 경질 과정에서 소통도 부족했다. 한화가 겨우 2년 만에 이기는 야구 키워드를 꺼낸 건 리빌딩에 대한 이해 혹은 인내가 부족해서일 수 있다. 한화의 리빌딩 과정은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당장 올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지만, 한화의 시간이 '아직은' 아니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3.05.16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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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 서비스...그 어려운 걸 취임 일성으로 전한 신임 단장

지난 8일 선임된 심재학(51) KIA 타이거즈 신임 단장은 ‘팬 퍼스트’를 강조했다. 9일 공식 취임 인터뷰를 앞두고 말을 아끼면서도 “팬이 납득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야구를 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했다. 최준영 야구단 대표이사와의 면접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팬이라고 강조했다고. 경기력은 보통 선수단 구성이나 감독의 운영 능력으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팬이 가장 원하는 건 야구단 내 구성원의 일탈 행위 없이, 프로 정신을 잃지 않고, 가능한 많이 이기는 것이다. 물론 이게 어렵다. 팬이 납득할 수 있는 야구를 실현하는 건 현장 선수와 지도자의 몫이다. 단장은 보통 선수 육성과 영입, 구성원에 구단 운영에 비전을 제시해 사기를 북돋우는 일을 한다. 단장이 역량을 발휘해 팬 퍼스트를 실현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현재 KIA는 포수 트레이드가 우선 과제다. 새 단장이 정해지자, 포수진의 약한 공격력에 아쉬움을 갖던 KIA팬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주전급 포수 2명을 보유한 삼성 라이온즈가 구체적인 협상 대상자로 거론되면서 말이다. 실제로 심 단장이 KIA팬에게 줄 수 있는 취임 기념 선물로 딱 알맞다. 그가 말한 팬들이 즐거운 일이 실현되는 것. 물론 일례다. 올 시즌 초반 가장 주목받는 선수는 시속 160.1㎞/h 강속구를 던지는 문동주(한화 이글스)다. 2년 차 투수가 현재 리그 넘버원으로 인정받는 안우진(키움 히어로즈)와 비견되고 있다. 전체 1순위로 한화에 입단한 김서현도 있다. 그도 파이어볼러다. 신인 선수 지명은 스카우트들이 오랜 시간을 공을 들여 만든 보고서에 단장이 사인을 하며 결정된다. 아무리 안목이 뛰어난 베테랑 스카우트를 보유하고 있어도, 단장의 오판에 의해 특급 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유망주를 놓친 구단도 있다. 모든 단장이 같은 입장이다. 실력과 매력을 모두 갖춘 신인 선수를 뽑거나, 팀 내 유망주의 체계적인 성장을 이끄는 게 야구팬을 즐겁게 만드는 기초 공사다. 심재학 단장 앞에 놓인 비교적 큰 숙제다.방송사 해설위원 이력이 있는 야구인의 단장 부임이 이어지고 있다. 차명석 현 LG 트윈스 단장, 정민철 전 한화 이글스 단장, 양상문 전 LG 단장, 이숭용 전 KT 위즈 단장 등. 성민규 롯데 자이언츠 단장도 메이저리그(MLB) 구단 스카우트 이력이 더 주목받지만, 잠시 마이크를 잡았다. KBO리그 대표 레전드 박용택·김태균도 현재 해설위원을 하고 있다. 선수 시절 각각 LG와 한화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이들은 은퇴 뒤 현장에서 한 걸음을 떨어져 있길 바랐다. 그러면서도 다른 구단들의 운영을 어깨너머로 볼 수 있는 기회에 의미를 부여했다. 해설위원 활동은 시야를 넓힐 수 있다는 게 경험자들의 공통적인 생각이다. 해설위원 시절이나 KBO(한국야구위원회) 자문위원 활동 등 그동안 심 단장의 행보를 돌아봤을 때 꽤 학구적인 야구인으로 보인다. 물론 10년 동안 코치를 맡아 현장 경험도 풍부하다. 야구인 심재학은 이제 코치나 해설위원, 기술위원이 아니다. 야구단 운영 부문 책임자다. 그동안 현장 안팎에서 쌓은 모든 경험을 팬 퍼스트를 위해 쏟아야 할 것 같다. 그 어려운 팬 퍼스트 실현을 취임 일성으로 내세웠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3.05.09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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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피플] '느림'이 빚은 문동주 '160.1㎞' 광속구

마침내, 드디어 한국야구가 시속 160㎞ 고지에 도달했다.문동주(20·한화 이글스)는 지난 12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 선발 등판해 1회 말 박찬호 타석에서 시속 160.1㎞(스포츠투아이 기준) 강속구로 3구 삼진을 잡았다. 장내 전광판에는 시속 159㎞가 찍혔고, 중계 방송사 구속에는 시속 161㎞가 나왔다. 마흔두 번째 시즌을 맞은 KBO리그의 역사에서 한국인 투수가 시속 160㎞ 공을 던진 건 처음이다. 종전 최고 기록은 최대성(당시 롯데 자이언츠)이 2012년 9월 7일 한화전에서 기록한 시속 158.7㎞다. KBO리그 최고 에이스로 군림하고 있는 안우진(키움 히어로즈)이 지난해 9월 30일 SSG 랜더스전에서 시속 158.4㎞를 던져 그 뒤를 따르고 있었다.기록이 없었던 건 아니다. 박찬호는 메이저리그(MLB) LA 다저스 산하 마이너리그 시절 자체 스피드건으로 최고 시속 163㎞까지 찍은 바 있다. 임창용 역시 일본프로야구(NPB) 야쿠르트 스왈로스 시절 마의 시속 160㎞ 고지에 도달했다. 2009년 5월 15일과 16일 한신 타이거스전에 등판했던 임창용은 2경기에서 모두 최고 시속 160㎞ 기록을 남겼다. KBO리그에서는 전 SK 와이번스(현 SSG) 투수 엄정욱이 2군(퓨처스리그)에서 최고 시속 163㎞를 기록했으나 공인 기록은 아니었다. 걸출한 레전드들도 닿지 못한 고지에 스무 살 투수 문동주가 도달했다. 문동주는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그는 지난 2022 신인 1차 지명을 통해 한화에 입단했다. 고교 3학년 때 이미 최고 시속 154㎞를 기록한 최대어였다.광속구를 던진 바탕에는 유전자를 빼놓을 수 없다. 문동주의 부친 문준흠 육상 감독은 투척(해머던지기) 국가대표 출신이다. 지난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2011 세계선수권,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 국가대표 감독을 역임했고, 현재도 장흥군청 육상팀 감독을 맡고 있다. 문 감독은 아들 문동주에게 해머 대신 강속구를 던지는 어깨와 건장한 체격(1m88㎝·97㎏)을 물려줬다.유전이 전부가 아니다. 아버지의 영향은 오히려 멘털에서 드러났다. 광주화정초 코치와 고교 사령탑으로 그를 지켜본 오철희 진흥고 감독은 "동주는 정신적인 부분에서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체육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서인지 초등학교 시절부터 이해력이 뛰어났다. 성실하고 착한 인성도 아버지로부터 좋은 부분만 배웠기 때문"이라고 했다. '타고난 천재'는 아니었다. 오철희 감독은 "초등학교 때 동주는 기본기가 참 좋은 선수였다. 유연성이 뛰어났고 기본기가 확실했다"면서도 "무등중 시절 성장이 더뎠다. 근력이 약해 빛을 보지 못했다. 입학 당시 구속이 시속 130㎞대 중반 정도였다"고 떠올렸다.진흥고 진학 후 본격적으로 꽃이 폈다. 입학하기 3~4개월 전 진흥고에 합류한 문동주는 하체부터 다졌다. 오철희 감독은 "당시 동주가 성장판이 덜 닫힌 상태였다. 그래서 웨이트 트레이닝 대신 하체 운동과 보강 훈련에 집중했다"고 전했다.오철희 감독은 "중학교 때 많이 던지지 못했으니 선수도, 부모님도 욕심이 날 법했을 것이다. 그런데 서두르지 않았다. 부모님은 고등학교 1학년만 야구하고 끝낼 것이 아니라며 아들을 믿었다. 나도 초등학교 때부터 지켜본 그의 성장 가능성을 믿었다. 동주도 그에 따라 차분하게 훈련을 따라줬다"고 설명했다.대신 지식과 멘털을 키웠다. 문동주는 서한중 당시 진흥고 투수 코치의 지도 아래 이론 훈련과 부상 방지 교육을 충분히 받았다. 오철희 감독은 "그때 받은 수업이 강한 어깨를 만든 데 보탬이 된 것 같다. 동주가 중학교 때 또래 친구들에 밀리면서 심리적으로 위축돼 있었다. 고교 때는 기를 펼 수 있게 도왔다. 당시 에이스였던 김윤식(LG 트윈스)의 투구를 보면서 멘털이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그렇게 최대어 문동주가 만들어졌다. 고교 2학년 때 최고 시속 148㎞를 기록한 그는 3학년 때 드디어 전국구 에이스가 됐다. 그러나 연고팀 KIA는 1차 지명에서 또 다른 최대어 유격수 김도영을 선택했다.연고 지명 대신 전국 지명을 선택한 한화 스카우트팀은 쾌재를 불렀다. 당시 대형 투수 지명이 간절했다고 떠올린 정민혁 한화 스카우트팀장은 "문동주는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했던 선수였다. 신체 능력치도 좋고 피칭 메커니즘도 부드러웠다. 안 좋을 이유를 찾는 게 힘든 선수"라며 "고등학교 입학 후에야 본격적으로 투수를 했는데 매해 구속이 빨라졌다. 몸도 계속 성장했다. 2학년 때는 스피드만 빨랐는데, 3학년 때는 구속도 더 오르고 마운드에서 여유도 생겼다"고 했다.최하위 팀 입단이 문동주의 발목을 잡게 된 건 아닐까. 오철희 감독은 오히려 한화의 공을 치켜세웠다. 오 감독은 "한화의 공이 정말 크다. 한화는 지명 당시 '우리는 미래를 보고 선수단에 투자한다. 당연히 1군에서 기용하겠지만, 무리시키지 않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 약속을 그대로 지켜주고 있다"고 전했다.실제로 한화는 단 한 번도 서두르지 않았다. 12월생인 점, 전업 투수 경험이 짧은 점, 청소년 대표팀을 뛴 점까지 고려해 1군 스프링캠프 대신 2군 캠프에서 재활 훈련과 휴식을 우선했다. 투구 수를 세심하게 관리했고, 시즌 중 부상을 입자 회복 기간도 최대한 길게 잡았다. 최원호 한화 퓨처스팀 감독은 "구단은 문동주에 대해 장기적 로드맵을 수립, 처음부터 조심스럽게 다뤘다. 동주 같은 선수는 현장에서 임의로 건드리지 않는다. 다만 투구 시 상체가 앞으로 쏠리는 경향이 있어 구단과 논의해 밸런스만 조금 잡았다"고 전했다.최원호 감독은 "보통 투수는 20대 중반까지 매년 근력이 상승한다. 프로에 와 고등학교 때보다 체계적인 트레이닝과 관리를 받으면 근력이 증가한다. 동주는 증가 폭이 큰 편"이라며 "투구 동작에서도 끊김 없게 연결 동작이 매끄럽게 진행된다. 다리를 들고 나가는 스트라이드 과정도 밸런스가 좋다. 입단 당시에는 공을 뿌리는 시점에서 축을 형성하는 앞다리의 힘이 약했는데, 지금은 보완돼 지지대 역할을 잘해주고 있다. 바이오 메커닉으로 보면 투구 동작이 상당히 안정됐다"고 설명했다.최원호 감독은 "과거에는 지도자 성향에 따라 투수의 폼을 많이 손대는 경우가 많았다. 잘된 케이스도 있지만, 잘 풀리지 않은 케이스가 훨씬 많았다. 정민철 전 단장과 나는 신인 투수가 입단했을 때 밸런스를 잃어버렸거나, 스트라이크를 못 넣는 게 아니면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보자고 결정했다"고 했다. 시속 160㎞는 문동주의 종착점이 아닌 출발점이다. 올 시즌 1승 1패 평균자책점 1.64를 기록 중인 그는 사실상 한화의 에이스다. 최원호 감독은 "1~2년 정도 경험하면 운영 능력이 향상될 거다. 20대 중반 정도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투수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민혁 팀장도 "대한민국 1선발로 클 투수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인성이 너무 훌륭하다. 후배들이 동주를 롤 모델로 삼고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했다.제2의 문동주도 나올 수 있을까. 이는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일본 투수들의 강속구에 완패한 한국 야구 전체의 숙제다. 문동주가 더 성장하고, 그와 경쟁할 투수들이 나와야 한국 야구의 체질이 강해질 수 있다. 오철희 감독은 "어디에서 훈련해도 기본적인 기술 훈련은 비슷하다. 대신 받아들이는 능력을 키우려면 이론 공부도 필요하다. 동주도 서한중 코치와 연구도 하고, 다치지 않는 방법을 배운 게 큰 자산이 됐다. 앞으로 지도자와 선수들이 신중하게 고민하고, 더 공부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최원호 감독은 "좋은 기술과 하드웨어를 가진 선수를 영입하고, 이들을 얼마나 체계적으로 분석해 장기 로드맵으로 이끄는지가 중요하다. 20대 초반 투수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면 혹사를 막고 20대 중반에 정점을 맞게 키울 수 있다"고 바라봤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3.04.14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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